퇴사

하드웨어 개발자로 4년간 일한 회사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내가 원한 결말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런 고양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느껴보고 오랜만인 것 같았다.
0교시가 있어 새벽 같이 입실 해야 했던 학교, 자정이 넘어서도 가야 했던 학원으로부터의 해방이 바로 그것이라 생각 했다.

당장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지만 보름 만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쉬게 되어서 좋았던 것 같은데 왜 싫은 기분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일하면서 안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매우 좋아했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걸 계속 가지고 가는 것 보다는 다시 시작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못 견디는 것 같기도 하고 하드웨어 개발을 거의 전담했기 때문에 나만의 생각에 갇혀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코스트가 맞질 않고 코스트에 맞추면 개발이 어려워진다.
내가 저렴하게 잘 만들었다 생각 해도 사업부에서 비싸다고 하면 그 순간 비싼거다.
뭐든지 코스트가 맞추기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 처럼 IC 부품들을 찾고 있을 때마다 필요한 스팩 적어 줄 터이니 누군가 리서치 좀 대신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도 했었다.

머릿속에 아직도 퇴사한 회사 일로만 가득한 것이 문제로 생각되었고 이 싫증은 일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참에 개인 프로젝트로 간단한 개발 보드 카피를 하나씩 만들어볼 예정이다.
회로도 작성부터 아트워크, 샘플 제작 정도를 해볼까 한다.

평소에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벤치마킹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가볍게 해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마냥 놀 수 만은 없고 2분기나 3분기에는 재취업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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